世上事

돌멩이 하나

들풀처럼1 2006. 10. 3. 18:46

돌멩이 하나 /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 앉고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컴컴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 할 벗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