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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들풀처럼1 2010. 1. 13. 18:10

운주사는 고향에서 12Km 떨어진 곳으로 왕복 24Km

초등학교 6학년 때 원족 갔던 곳이다.

저학년들은 학교에서 멀지 않는 곳으로 소풍을 갔었지만 고학년은 먼 발걸음 한다해서 遠足이라 했다.

일종의 극기 훈련 과정이기도 했었고 다녀 오고나서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약간의 뻥을 가미한 답사담을 들려주기도 했었다.

 

고향에서는 운주사라는 절 이름보다는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이 있었다해서 천불천탑으로 불렀었다.

불상의 생김새나 탑의 모양들이 서민적이어서 좋다.

아직도 그 모습이 남아 있긴 해도 옛적의 운주사는 아니다.

종교들이 대형화를 쫓듯 이절 또한 그길로 들어선지 오래다.

 

 

 

 

▲ 9층석탑

 

 

 

▲ 바위 밑의 석불 

 

 

 

 

원형다층석탑(보물 제 798호)과 석조불감(보물 제 797호) , 7층석탑

 

 

 

 

 

 

 

 

 

▲ 절 바로 앞의 찻집에는 길손들 손 녹여 가라고 겨울에만 떡국도 판다.  

쥔장은 사진작가들을 위한 거라 했다. 그만한 배려라면 권할만하다. 이 찻집 안에는 문수와 보현이라는 이름의 두 마리의 멍멍이도 있었다.

 

 

 

 

▲ 찻집에서의 바깥 풍경

 

 

 

 

 

 

 

 

▲ 누워있는 불상, 臥佛 , 얼굴의 중심의 콧날과 손만 보인다.

 

오신님들 혹 어디서 불상을 보시면 작명해 보시는 즐거움 맛보셔요.

작명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본관 ② 재료 ③ 인물 ④ 자세 순입니다.

예) 운주사, ②부조, ③이불, ④ 와상, 본관을 빼면  浮彫二佛臥像이 됩니다.

여기서 부조는 환조가 아님을 나타냅니다.

 

이번에는 국보 제 83호로 작명한 것을 확인해 봅니다. ①은 빠졌습니다. ②금동 ③미륵보살 ④반가상

그래서 금동 미륵보살 반가상(金銅彌勒菩薩半跏像)된 것입니다.

여기서 반가상은 반가부좌를 말합니다.

 
 

 

 

 

 

 

 

운주사(雲住寺), 가을비 / 르 클레지오(프랑스 작가 200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서울거리에

젊은이들, 아가씨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무언가를 사고팔고,

만들고, 창조하고, 찾는다.

운주사의

가을 단풍 속에

구름 도량을 바치고 계시는

두 분 부처님을

아뜩 잊은 채

 

고요하고 정겨운

인사동의 아침

광주 예술인의 거리

청소부들은 거리의 널린 판지들을 거두고

아직도 문이 열린 카페에는 두 연인이 손을 놓지 못한다.

살며, 행동하며

맛보고 방관하고 오감을 빠져들게 한다

번데기 익는 냄새

김치

우동 미역국

고사리 나물

얼얼한 해파리냉채

심연에서 솟아난 이 땅엔

에테르 맛이 난다.

 

바라고 꿈을 꾸고 살며

글을 쓴다

 

기다리고 웃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고 사랑하다

서울의 고궁에

신들처럼 포동포동한

아이들의 눈매는 붓끝으로 찍은 듯하다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