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알락나비(네발나비과)
장마가 끝나고 쪽빛 하늘이 보여 옆지기에게 땅나리 보여주마고 이래저래 꼬드겼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꽃은 고사하고 이파리도 뵈질 않았다.
늘 사라지는 야생화들을 볼 때마다 속상한데 오늘은 더 그랬다.
첫 장소에서부터 엇나가나 싶어 다른 곳으로 향하는데 나비가 어른거린다.
손가락 신공을 갖은 분들은 새나 나비를 손가락에 올려 사진을 찍는다.
나도 이 녀석을 손가락에 올려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이도 내공이 쌓여야 할 모양이다.
녀석을 자두로 유인해도 본채만채다.
의심스런 뇌물 쯤로 본 모양이다.
암 그래야지 뇌물은...
갈라진 아스팔트 틈새에 빨대를 꽂고 뭔가를 빠는 데 집중했다.
나비가 좋아하는 먹이가 거기에 있는 게다.
나비와 가장 가까이 접근해 친해지기를 시도한 게 오늘이 처음이다.
다른 때는 사진을 얻기 위해 접근했지만 오늘은 의도적으로 교유를 청해도 녀석은 날 받아주질 않았다.
비록 폭염주위보가 내린 도로 위의 아스팔트지만 이럴 땐 이도 좋은 피서지다.
나이 들어 이런 일은 주책이랄 수도 있겠지만,
가끔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깊이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누가 흉봐도 어쩌겠는가?
이 게 나인 것을
▲ 흑백알락나비(♂)
▲ 뇌물은 싫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