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점심때 쯤 산책이나 하려고 집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숲길을 가는데 눈에 거슬리는 돌과 쓰러진 고목들이 널려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다른 환경의 낌새에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게 했고 뭔가가 있을 거라는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낙엽으로 덮어 둔 부자연스러운 곳을 살짝 들추니 한라새둥지란이 보였다.
횡재한 기분이 이럴까 싶었다.
먼저 다녀간 촬영자들이 손탈까 봐 숨겨보려는 의도로 고목, 돌덩이,낙엽을 이용했는데 자연스럽지 못해 내 눈에 띈 게다.
그분들께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
어떻든 한편 고소하면서도 그들의 뜻만은 존중해야 할 것 같아 몇 컷하고 자연스럽게 주변을 정리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그날은 이른 아침의 빗발 때문에 인적이 전혀 없었다.
이후 여기저기서 한라새둥지란 소식을 알려 줬다.
함께 봤으면 하는 심정으로 전화 주신 분들께 감사와 고마움을 전했다.
그분들이 전한 건 단순히 한라새둥지란 발견 소식만이 아니라 더 소중한 신뢰 관계라 믿기 때문이다.
신뢰는 숱한 관계의 지속에서 쌓이지만, 신뢰를 허무는 건 한 순간이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막말이나 거짓말 한마디면 끝장난다.
그래서 입은 화의 문이 아닌가
그 뒤 달뜬 기분으로 남해와 수도권 쪽 꽃 탐사를 했었는데 모인 사람은 모두 한라새둥지란 자생지를 꿰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기 손금 보 듯하고 있었다.
내 인생의 관계 지도를 그려 보며 관계 속의 인물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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