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야생화

무등산 야생화(1), 동자꽃의 전설

들풀처럼1 2007. 2. 17. 16:46

동자꽃

                                          학명 : Lychnis cognata

                                                    과명 : 석죽과

 

 

 

                                         ▲힘찬 펼침을 위해 머금은 동자꽃,

                                       어린이들의 볼에 있는 솜털 같은 게 많다.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운 게 대부분이다.

 

 

                                    ▲가끔 하나의 꽃대에 이렇게 핀 것도 만난다.

 

* 동자꽃에 대한 전설


강원도 어느 산골암자에 늙은 스님이 부모를 잃은 어린동자를 데려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근근이 끼니를 잇고 사는 암자라 입에 맞는 음식이 있을 리 없고, 그나마 배불리 먹이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야위어 가는 동자를 보다 못한 스님은 어느 겨울날 동자를
홀로 두고 마을로 시주를 떠났습니다.

스님이 마을을 내려온 뒤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녁 무렵엔 한길이나 쌓이고 말았습니다.
스님은 눈 덮인 위험한 겨울 산길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어 하늘만 바라보며
발을 굴러야만 했습니다.

암자의 어린 동자는 눈 때문에
스님이 못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며칠을 스님이 내려간 길을 바라보다 마침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쌓인 눈을 뚫고 암자에
돌아온 스님을 맞이한 것은 싸늘하게 식은 동자의 몸이었습니다.

이듬해 여름 동자의 무덤가에는 동자의 얼굴을  닮은 꽃이 마을로 향한 길을
쳐다보며 피어났습니다. 동자의 볼 빛깔을 연상시키듯 창백한 주황의 꽃이었습니다.
아래 마을 쪽을 내려다보듯 살짝 고개를 내리고 있는 모습은 애타게 기다리던 동심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어린 동자를 홀로 암자에 두고 금방 돌아오리라 약속했지만 폭설에 갇혀 마을에서 며칠을
지내야 했던 스님의 안타까운 마음 또한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동자꽃은 한여름 계곡이나 습기가 많은 풀밭에서 자라는데 눈에 잘 띠고 모양이 예뻐서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는 꽃입니다.
주로 하나의 가지에 하나의 꽃만 피우는 외로운 꽃이지만 대신 여러 포기가 모여서 피거나
군락을 이루어 외로움을 달래는 듯합니다.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도,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듯
빗속에서도 꽃잎을 접지 못하고 피어 있는 동자꽃을 만나면 꽃 이름에 대한 슬픈 전설이
절로 떠올라 눈시울을 적십니다.

 

글 : 다음블로그 '꽃따라 바람따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