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어떤 은유와 상징으로도 산책길을 표현할 자신이 없지만
이날은 떠도는 바람처럼 어딘가로 훌훌 떠나고 싶었다.
▲ 딱 한 송이만, 물매화
▲ 여러 송이 꽃도 쓸쓸해 보이는 연무 짙은 날, 큰벼룩아재비(마전과)
▲ 녀석을 만나고파 나섰는데 딱 한 개체만, 타는 목마름으로 거기 있었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 오는 가뭄 안으며 애절하게 버티고 있었다. 익숙한 용담(용담과)두고, 과남풀 NO,NO,NO
▲ 춘 3월에 만난 종인데 아직도, 풀밭이 아니고 왜 바위 있는 거야, 청띠신선나비(네발나비과)
▲ 잘려 나간 동지 몫까지, 혼자서 가을을 알렸다.
▲ 흐린 날씨로 으시시함을 더 깊게 전해준 영국병정이끼
▲ 화장기 없고 수줍은 산골처녀, 구철초
▲ 너도 왜 풀밭을 놔두고 여기 있어, 네발나비(네발나비과)
▲ 처량하고 슬픈 빛, 큰실베짱이(여치과),
산책도 혼자였고, 만나는 꽃도 외톨이로 핀 것들이 눈에 자꾸 들어 왔다. 가을을 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