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기 전에 혹 일몰과 일출을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로 오랜만에 국립공원 대피소를 이용했다.
한 달 전에 전화 예약만 가능한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전화 063-322-1614)
추위 때문인지 자리가 많이 비어 넓게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코를 고는 탐방객과 한밤을 지새우며 궁싯거리는 고통도 있었지만 밤새 내린 눈이 순백의 설산을 만들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내 특유의 옹알이 같은 콧노래를 부르며 설산을 즐겼다.
모진 바람을 피하고 시린 손을 비벼대며 하늘 열리기를 기다려도 결국 하늘이 열리지 않았다.
일행은 하산하자는 눈치였으나 어렵게 온 거니 더 기다려 보자는 내 의견에 일행의 눈빛은 뜨악해 보였다.
조금 기다리다 결국 하산을 택했다.
오늘의 호사가 내 반쪽에는 너무 미안하다.
늘 무릎 성할 때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어디든 가라며 빈틈없이 짐을 챙겨주지만,
어찌 마음은 편하겠는가?
꾸준한 운동으로 무릎이 좋아지면 오랜 길동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