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사학법의 진실

들풀처럼1 2006. 1. 10. 19:33

"공익이사 절반 이상 채워야 한다더니..."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도 사학법 '소신 바꾸기' 논란

 

▲ 지난해 12월 중순, 한나라TV에 출연한 이주호 의원.
ⓒ 한나라TV 캡처
'개정 사립학교법' 규탄 한나라당 전국 당원대회에 단골 강사로 나서고 있는 한나라당 이군현(교육위원회 간사) 의원과 이주호(전 교육위원회 간사) 의원이 '사학법 필화사건'으로 나란히 입방아에 올랐다.

참여연대, 전교조 등 43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부패사학척결 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박경양)는 9일 "이군현 의원이 공익이사제를 주장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이주호 의원도 2004년 저서에서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를 1/2 이상 이사로 참여시키는 한층 강화된 공익이사제도를 제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말 개정 사학법은 대학의 경우 평의원회 추천 이사를 1/4 이상으로 하되, 2배수 추천하는 내용으로 대폭 완화시켜 통과된 바 있다.

▲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민운동본부가 근거로 내세운 이주호(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의원의 저서는 2004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나온 <자율과 책무의 대학개혁 : 제2단계의 개혁>. 이 의원이 박세일 전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우아무개 교수와 공저한 책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이 의원의 저서 가운데 '사학의 지배구조 개혁' 부분과 최근 이 의원이 직접 출연한 한나라당 교육용 동영상(HANNARA TV)을 비교한 결과, ▲사립대 지배구조의 성격 ▲이사회 기능 ▲재벌개혁과 사학개혁 연관성 ▲이사회 개방 효과 등의 항목에서 2004년과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이 의원은 "현재 법률체계는 설립자가 이사회를 장악하여 얼마든지 독단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구 사학법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한편, 사학에 대해서도 "많은 경우 위장형 비영리조직(disguised NPO)"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서 '위장형 비영리'란 비영리조직이면서도 이윤을 교육활동에 쓰는 것이 아니라 재단법인이나 설립자가 가져가는 것을 뜻한다.

이어 이 의원은 이사회의 책무성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립대학들은 법인 이사회 이사들의 1/2 이상을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채우도록 하는 공익이사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평의회를 법적 기구화하고 여기에 공익이사 추천권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같은 이 의원의 주장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교육용 동영상(HANNARA TV)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과 완전 상반된다고 국민운동본부 측은 분석했다.

이 의원은 동영상에서 "이사회에 외부 인사 강제추천은 사학의 책임 경영의지를 꺾는 사학 자율의 근본을 침해하는 방안, 사학의 지배권을 평의원회에 터주게 되면 첨예한 갈등이 생기게 되고 피해는 학생 학부모가 지게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주호 의원의 2004년 저서 내용과 최근 한나라TV 동영상 발언내용

  구분

        2004년 저서 내용

   HANNARA TV 발언 내용

 시민단체

 사립대  

지배구조 

 성   격

"현재 법률체계는 설립자가 이사회를 장악하여 얼마든지 무력화하고 독단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많은 경우 비분배조건을 지키지 않는 위장형 비영리조직이다."

"사학은 자율의지로 운영되는 것이다. 거의 중요한 모든 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외부 인사 강제 추천은 사학의 책임 경영의지를 꺾는 사학 자율의 근본을 침해하는 방안이다."

 완전 상반

 이사회

 기  능

"무엇보다도 이사회가 설립자가 사적 이익을 위하여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를 위해 친족 1/5 이하, 공익이사 1/2 이상 등으로 해야)

"이사회는 사학의 거의 모든 중요 사항을 결정 총괄한다. 개방형 이사회는 비리사학의 문제하고는 전연 동떨어진 다른 요소로 부작용이 있다."

 

 완전 상반

재벌개혁과 

사학개혁

"재벌 지배구조의 개혁이 사립대학 지배구조 개혁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사립대학에 대하여는 (사외이사 선임 등) 기업에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강도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사립대학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은 기업의 소액주주와 유사하다."

"사외이사는 큰 기업에 한해 소액주주, 주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서 외부인 사 초빙한다.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 무조건 추천한 인사 받아야 하는 것은 과격한 법이고 위헌이다."

 

 완전 상반

 이사회

개방효과

"사립대학들은 법인이사회 이사들의 1/2 이상을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채우도록 하는 공익이사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사회를 이해관계자들에게 개방하여 교수, 직원, 학생, 동창,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대의를 반영하는 기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사학의 지배권을 (개방형이사제를 통해) 학운위나 평의원회에게 길을 터주게 되면 지배권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생기게 되고 이 혼란의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지게 된다. …(여당의 사립학교법은) 학교현장을 정치화, 편가르기 할 수 있는 악법 요소를 넣은 것이다."

 

 완전 상반

  공  익

  이사제

적용방식

"정부는 대학평의원회를 법적 기구화하고 여기에 공익이사의 추천권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익이사제를 모든 사학에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은 법률개정에 의한 강제방식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 책무성 조건들(친족이 1/5 이하, 공익이사가 1/2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여당의 사립학교법은) 지배권을 일방적으로 위임 강요하는 것인데 이것은 명백히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일치,

일부 상반

ⓒ 윤근혁

▲ 7일 열린 한나라 당 '서초을 당원협의회 및 날치기 통과 사학법 규탄대회'에서 이주호 의원이 사학법 문제점에 대한 강의를 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이를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이주호 "자율적인 공익이사 주장한 것...학자 양심 걸 수 있다"

이 의원은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2004년 책에서 펼친 주장을 현재 전연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을 학자적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9일 저녁 전화통화에서 "저서 내용이나 지금 내 주장은 한결같이 공익이사제를 강제성이 아니라 사학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서 "위헌요소에 대한 판단도 강제성이냐 자율성이냐 여부가 엄청난 차이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자신의 같은 책에서 "공익이사제도를 모든 사학에 대해 한꺼번에 도입하는 법률 개정에 의한 강제방식은 피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공익이사제도를 모든 사학에 대해 강제적으로 도입하게 하기보다는 자율로 맡겨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또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먹어야지 강제로 먹이면 안 된다"고 '약처방론'을 내세우면서 "책의 내용은 공익이사나 공익감사도 자율로 하게 되면 좋은 약이 될 것이란 의미"라고 국민운동본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행수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 의원이 속해 있는 한나라당은 학운위와 대학평의원회가 이사를 추천하는 행위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 의원도 분명히 책의 결론에서 공익이사제를 하는 대학에 한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강제 실행 방안을 제안한 것도 사실 아니냐"고 따졌다.

최낙성 전교조 전 사립위원장은 "여전히 한나라당은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사회주의적이니 위헌이니 외치고 다닌다"면서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이론제공자인 이군현 의원과 이주호 의원이 이전에 발간한 보도자료와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의원이 줄곧 주장해 온 '공익이사제' 골자가 곧 지난해 통과된 사학법의 주요 뼈대라는 게 국민운동본부 주장이다.

공익이사 추천에 전교조·교총 대표도 참여하라더니...
'<오마이뉴스> 왜곡' 주장하는 이군현 의원의 '과격한' 공익이사제

한나라당 '사학법 원천무효와 우리아이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의 간사를 맡고 있는 이군현 의원의 말바꾸기도 지난 3일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의원이 한국교총 회장 시절인 2001년 6월 "공익이사제를 도입하여 그 인원을 이사 중 1/3선으로 정해 이사장의 자의적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는 것. 당시 여당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금의 개방형이사제와 비슷한 공익이사제를 뼈대로 한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공익이사제 성명서를 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기존 태도를 바꿔 4일 기자회견에서 "전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오마이뉴스>는 왜곡 보도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성명에 언급한 공익이사는 열린우리당의 개방형 이사제가 아니라, 공익성을 높일 수 있는 이사 임명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면서 "공익이사는 성명서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의 개방형 이사와는 임명방식, 선임 취지에서 전혀 상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학재단 및 경영자의 권한을 학교구성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의 문제해결은 갈등을 증폭시킬 여지가 크다. 일례로 학교운영위원회 및 교수회에 이사, 감사, 교원인사 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들 수 있다"고 적혀 있는 성명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런 주장이 곧 한국교총이 내세운 공익이사제가 설훈 의원의 공익이사제와 확연히 다른 내용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사학이사회에 개방 형태로 공익이사를 보낸다는 핵심에서는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 기자회견 이후 한국교총 내부 자료를 찾아 분석한 결과 공익이사 추천방식에서 설훈 의원보다 더 과격한 점도 새로 나타났다. 그 주요 내용은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 대표가 이사추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정해놓은 것.

한국교총은 당시 시도연합회에 내려 보낸 '사학법 개정 논란과 관련한 한국교총 입장'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이사 중 1/3을 '공익이사'로 구성하되 '공익이사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이 위원회는 교육장 또는 교육위원, 교원단체 대표, 외부 전문가, 동문 대표,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윤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