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정제 유일사관으로 회귀 | |||
입력: 2008년 11월 03일 18:08:06 | |||
- 두 눈으로 쓴 근현대사 교과서 - 그런데 그들이 이끄는 외눈의 기관차에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동승했다. 봄부터 학자 출신 장관이 앞장서 그쪽 편을 들다가 종국에는 재판관 역할까지 떠맡았으니, 그 절차와 판결 내용 모두 결코 ‘교육’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고 다만 ‘기술’적일 뿐이다. 수정권고안에 따르면 헌법정신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저해했다는 항목이 수십 개나 된다. 나는 정말 그토록 위험한 교과서를 몇 년째 사용해왔는가 싶어 금성판 교과서, 국사학계의 원로 학자가 쓴 통사 한 권, 뉴라이트 교과서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비가 된 부분은 모두 ‘거두절미’형 왜곡이었다. 가령 8·15 광복과 연합군의 승리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기술했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했다고 했지만, 교과서는 바로 앞 문장에 광복이 독립투쟁과 연합군의 승리로 이루어졌음을 밝혔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북한이 이승만의 정읍발언보다 먼저 실질적인 정부인 임시인민위원회를 설립했음을 명기했다. 그렇다면 왜 다음과 같은 서술은 수정권고 대상에서 제외되었는가? “한국의 조기독립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은 2차 대전 중에 이미 신탁통치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있었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으려 노력하였으나 유엔은 이를 선거가 가능했던 지역(곧 남한)에서의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 미국이 신탁통치안을 미리 정해놓았고, 그 미국이 주도한 유엔은 대한민국을 겨우 남한에서의 합법정부로 승인했다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아예 부정하는 반미친북 아닌가.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나도 잠시 한쪽 눈을 가리고 ‘거두절미’형 발췌를 따라 해본 것일 뿐 모두 뉴라이트 교과서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는 모두 있던 그대로의 사실이다. 위 원로학자의 통사에는 그보다 더 좌편향으로 볼 만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 한 눈으로만 보고 검정제 부정 - 이제라도 교과부는 상식 이하의 고무줄 잣대로 역사학계 전체를 좌경친북으로 모는 외눈박이 기관차에서 내려와야 한다. 수정권고의 이름으로 사실상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하는 국정제 유일사관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교육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명시돼 있는 헌법과 1997년 제정된 검정제도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 일당통치의 중국도 국정제를 폐지했고, 각국은 이미 자유발행제로 나아가는 추세이다. 교과부의 수정권고안을 보면서 눈 없는 물고기가 자꾸 생각난다. 중국 윈난성 주샹동굴에 살고 있는 맹목어(盲目魚)이다. 원래는 여느 물고기처럼 두 눈이 있었으나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 적응하여 퇴화한 것이다. 교과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그런 동굴로 인도하려 하는가? <유용태|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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