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소나무

들풀처럼1 2005. 8. 24. 12:43

  소나무 이야기

 

  땔감이 부족했던 시절엔 소나무 이외의 나무들은 잡목 취급을 받아 모두 베어져서 화목으로 쓰였다. 그래서 소나무는 마을 근처의 어느 산에서든 인간들의 보호 속에 견디었다.

  그러나 땔감이 화석연료로 바뀌면서 소나무는 다른 나무와 경쟁해야 하는 치열함을 견뎌야 했는데 여러 활엽수에 비해 더디 커서 타 수종들에게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에 자리를 내줄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사라질까 두렵다.

  기품이 있는 소나무는 대개 숲을 이룬 곳에는 별로 없고 개체 하나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온갖 풍상을 겪은 곳에 당당하게 있다. 방풍림이나 풍치림이나 선산을 지키는 나무들이 이 녀석들이다. 여행 중에 차창 밖으로 보인 기골이 장대한 나무들을 만나면 그럴게 반가울 수가 없다.

  며칠 있으면 산소에 벌초를 해야 한다. 많은 나무들이 산소 주변에 있는데 산소 침입을 막기 위해 애취기를 돌려야 한다. 우리 산하의 어디든 벌초 때문에 잡목 아닌 나무들의 수난이 따른다.  

  어린 시절 산소를 벌초할 때마다 심부름을 했다. 물심부름, 담배 배달, 막걸리 배달 등등. 그 때마다 함께 한 선배가 계셨는데  새참 때가 되면 人間至德 木長至敗란 말을 자주 하셨다. 풀어 말하면 사람사이는 큰 인물아래서는 덕을 볼 수 있지만 큰 나무아래서는 덕을 커녕 오히려 피해만 본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세상을 보는 지혜'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같은 처세술에 관한 이야기로 살아난다.

  동네의 굳은 일을 맡아서 일하시고 끼니 때 자식들 오게 해서 밥 한술씩 얻어 먹이든 분이셨다. 늦으막에 아내의 정신이상까지 감당했어야 했던 어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래는 안면도의 소나무와 금강산의 금강송이다.

 


 

아시아·태평양산림위원회(FAO)가 최근 안면도 소나무 숲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수 산림 중 하나로 선정했다.

 

 

                                                  금강산의 금강송

줄기가 붉어서 赤松, 육지에서 나온다 하여 陸松,  금자를 빼고 剛松이라 하기도 하고 춘양역에서 실려왔다고 하여 춘양목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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