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연애 특강

들풀처럼1 2005. 9. 3. 17:56


[김혜정의 연애특강]

은은한 뚝배기 같은 그런 사랑 어디없소

한 오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어른들은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낯선 상대와 만나
첫날밤을 치르고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한평생을 잘 살았다.
'사랑'이 전제가 되어 결혼하는 요즘,
이상형이 어쩌니 눈높이가 어쩌니 하는 말은
조상님들이 들으시기엔 코방귀 나오는 우스운 얘기일지도 모른다.

반면 자의식이 강해진 요즘 세대들은 상대방을 알고,
안아 보고, 심지어는 함께 자 보고 나서야 결혼을 결심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평생을 바칠 순 없다는 심리 때문이다.

이렇게 세태가 변했지만,
결혼생활이 과거보다 편해지거나 행복해진 것은 아닌 듯하다.
남자들은 결혼 상대로 무난하고 편안한 여자를 원한다.
부부 사이의 사랑은 뜨겁게 불타서 죽을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은근하게 온돌처럼 달아올라
그 온기를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일하다 말고 주위 사람에게
'잠깐 결혼하고 오겠습니다' 하고 사라졌다가
잠시 후 돌아왔다고 한다.
결혼식이란 '빛나는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몇 달씩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우리의 결혼 풍습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의 지나치게 실용적인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결혼에 대한 남녀의 태도에는 차이가 많다.
결혼할 사람이 정해지면
결혼에 대해 크게 신경 쓰고 싶어하지 않는 남자들.
한편 결혼할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그 순간까지도
가슴 떨리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여자들.
그러니 그 사이에서 어찌 불화가 없겠는가.
예컨대 '우리 둘만'을 고집하는 여자는
'우리 가족'을 고집하는 남성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결혼에 대한 환상을 저버리지 못한다면,
당신이 고른 이상적인 배우자는
곧 악몽 속의 괴물로 변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생활이란 반전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상적인 배우자라 하더라도
실망과 다툼과 오해가 있기 마련이다.
이상적인 배우자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운명처럼 갑자기 만나는 존재가 아니라
생활을 통해 꾸준히 만들어져 가는 존재다.

결혼 예행연습은
함께 자 보고, 동거해 보는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진짜 결혼 예행연습은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을 본받아
상대방을 믿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신영복 교수의 다음 글은 음미해 볼 만하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事後)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Das beste sollte das liebste sein.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져온 곳 : http://www.shinyoungbok.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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