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추수강탈절

들풀처럼1 2005. 11. 26. 18:17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아니라 추수강탈절(Thankstaking Day)이다.”

 

미국의 심장부 뉴욕이 화려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로 흥청인 24일, 북아메리카 원주민 3,000명이 인디언 권리운동의 성지(聖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 섬을 찾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추수감사절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애도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표적 명절인 추수감사절은 신대륙에 이주한 유럽출신 신교도들이 1621년 인디언의 도움으로 첫 농사를 지어 얻은 수확물을 인디언과 함께 나눈 데서 유래한다. 이날 식탁에 오르는 감자·호박·칠면조 등은 원래 인디언의 음식이다.

 

와일키키 부족 인디언의 후손들은 그러나 “식량을 나눠주며 백인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면서 “기력을 차린 백인들은 원주민을 배반하고 땅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미 인디언은 백인에 의한 서부개척시대를 거치며 학살 및 구대륙에서 유입된 신종질병 등에 의해 최고 1억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명 무렵 세이지풀 연기로 땅을 정화하는 의식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 전통적인 부족 복장을 갖춘 미 인디언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기도의식을 올렸다. 이주민들만의 메뉴가 된 칠면조는 등장하지 않았다. ‘불늑대’란 이름의 히샤오(26)는 “매년 이날이 오면 죽은 부족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의식이 치러진 알카트라즈는 1969년 미 정부가 감옥을 폐쇄한 뒤 인디언들이 ‘미 정부·원주민 조약’에 따라 소유권을 주장하며 장기간 점거, 원주민 운동의 구심점이 된 곳이다. 

 

학부모 에린 알렉산더(41)는 “해마다 이맘 때에 미국 역사에 또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온다”고 말했다. 링컨(51)이란 이름의 인디언은 “백인 이주민들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동부 해안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테러리스트였다. 이제 그들은 이라크 및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최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