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이 게 사랑이다.“소록도여 울지마세요”

들풀처럼1 2005. 12. 1. 16:23

“청춘을 소록도에 묻고 떠난 분들에게 아무것도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한센병 환우들이 모여사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다.

 

43년간 밤낮없이 봉사해온 ‘파란눈의 간호사’ 마리안 수녀(71)와 마거릿 수녀(70)가 지난 21일 이른 아침 아무 말 없이 연락선을 타고 고향 오스트리아로 떠났기 때문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주민들은 일손을 놓은채 소록도 병원 치료소로 몰려와 10일째 눈물 속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그들이 소록도에 들어온 것은 1962년 6월. 간호사 자격을 가진 20대 후반 나이인 그들이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나던 한센병 환우들을 치료하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그때만 해도 한센병 환우들은 고칠 수 없는 ‘천형(天刑)’이라는 편견 때문에 외진 곳에 집단수용된 채 죽음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그동안 이들은 고국에서 보내온 의약품과 지원금 등으로 온갖 사랑을 베풀었다. 지원금으로는 쓰러져가는 초가를 모두 현대식 주택으로 바꾸는 등 정부도 나서지 않은 일을 척척 해냈다.

그럼에도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극구 꺼렸다. 그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기리는 수백장의 감사장과 공로패가 전달됐지만 되돌려졌다.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이 겨우 안겨졌을 뿐이다.

 

그들은 떠나기 하루전 병원측에 이를 알렸다. 43년 생활을 마감하는데도 그들의 귀향길엔 소록도에 들어올 때 가져온 다 헤진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려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병원측에 “헤어지는 아픔을 줄까봐 말없이 떠나게 됐다”면서 환우들에게 A4 용지 2장짜리 편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로 시작되는 이 편지에서 이들은 “은퇴할 나이가 됐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없어도 환우들을 잘 보살펴주는 간호사들이 있기에 마음 놓고 떠난다. 부족한 외국인에게 보내준 여러분의 사랑과 존경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김명호 환우자치회장(56)은 “그들은 살아계신 성모 마리아 모습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배명재·김준기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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