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금대봉(1,418m)에 다녀왔다. 거긴 지금 야생화가 한창이다. 길섶마다 함초롬하게 봉오리를 틔운 풀꽃들이 마음을 흔들어놓을 정도로 예쁘고 곱다. 여리디 여린 풀꽃들도 한데 모이니 숲이 다 환하다.
금대봉은 꽃산이다. 백두대간의 주능선. 하지만 산사람보다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명하다. 점봉산 곰배령과 함께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로 꼽힌다.
태백과 정선의 경계인 싸리재 정상에 금대봉 길이 나있다. 차량통행을 못하게 막아놓은 임도가 등산로다. 길가에서 본 봉우리는 큰 나무조차 없는 민둥산. 대체 저기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산에 들면 꽃들이 눈에 밟힌다.
임도에 들어서자마자 길 양쪽 키작은 관목숲 아래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다. 산괴불주머니 군락지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꿀을 가득 채워 몸이 무거워진 벌들이 웽웽거리고 튀어나온다. 봄햇살이 녹아 꽃이 된 것일까? 꽃들이 빛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반짝거린다. 이밖에도 샛노란 미나리아재비와 양지꽃, 보랏빛 얼레지, 녹색을 띠는 바위괭이눈, 하얀 개별꽃과 홀아비바람꽃, 색소폰처럼 생긴 현호색, 흰색을 띠는 태백제비꽃…. 별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많다.
금대봉은 1993년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학자들이 2년동안 현장 조사를 하면서 모데미풀, 대성쓴풀, 한계령풀, 노랑투구꽃 등 희귀식물 16종과 한국 특산식물 15종을 발견했다. 게다가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꼬리치레도롱뇽등 희귀동물을 비롯 미기록 곤충 13종도 함께 찾아냈다. 금대봉에 자생하는 식물은 공식적으로는 480여 종. 실제로는 식물학자들은 9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 식물연구소 현진오박사는 “종수로만 따지면 지리산 1,000여 종, 한라산 1,500여 종에 비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희귀식물이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덕산 금대봉은 지도책에도 이름이 잘 나와있지 않다. 처음에는 산아래 대성초등학교의 이름을 따서 대성산이라고 기록했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금대봉은 토박이들이 ‘검대’라 부르던 곳. 검대란 단군왕검이 있는 곳이란 뜻. 그만큼 신령스런 산이었다. 산 아래 한강 발원지 검룡소도 왕검의 검(儉)자가 붙어있다. 용중에서도 으뜸인 용이 사는 샘이란 뜻이다.
금대봉은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이어진다. 4월초 복수초를 시작으로 한계령풀이 핀다. 이어 5월에 접어들면 홀아비바람꽃, 꿩의 바람꽃, 산괭이눈, 피나물, 붓꽃, 현호색, 대성쓴풀 등을 볼 수 있다. 6월에는 동자꽃, 털쥐손이, 둥근이질풀, 범꼬리가 이어진다. 여름에는 금마타리, 흰장구채, 태백기린초, 노랑갈퀴 등이 꽃망울을 틔우고 가을엔 물봉선, 질경이, 궁궁이 등이 핀다.
신령스러운 산의 기운이 길러낸 금대봉 야생화. 산마루에 핀 우리꽃들이 별처럼 환하다.
〈태백/ 글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산재 목재의 성질과 용도 (0) | 2006.06.14 |
---|---|
봄 여름이 함께 녹아있는 큰 산엔... (0) | 2006.05.21 |
숲에는 비정규직이 없다. (0) | 2006.03.19 |
노루귀, 귀가 정말 노루귀 같다. (0) | 2006.02.26 |
봄꽃 기지개 펴다. (0) | 200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