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고인돌과 마귀할멈

들풀처럼1 2006. 4. 29. 18:48

고인돌과 마귀할멈

 

...우리나라는 약 4만 여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입니다. 고인돌은 단지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묘제’로서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자료가 아니라 장독대로, 때론 담장으로, 때론 마을의 길흉을 결정하는 수단으로서 우리의 삶 가까이에 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에는 강화, 화순, 고창지역의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각종 연구·조사자료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유치원생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고인돌 형식, 축조방법 등 고인돌에 대한 웬만한 학식을 지니고 있지 않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고인돌에 대한 상식은 대부분 고인돌을 연구하는 고고학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인의 무덤이고, 형식에는 북방식, 남방식 또는 탁자식, 바둑판식이 있고, 채석과 운반은 어떻게 하였고, 부장유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등등이 그러합니다. 여기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고인돌이야기는 이러한 학술적인 연구가 있기 전에 우리 조상들은 고인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강화도 하점면 부근리에는 사적 제137호로 지정된 남한 최대규모의 북방식 고인돌인 ‘강화 지석묘’가 있습니다. 강화도를 찾았던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고인돌입니다. 이 고인돌에는 재미있는 마고(마귀)*전설이 전하는데요. 전설에 의하면, 강화도 고려산 오련지(五蓮池)의 금붕어가 중국을 향해 꼬리를 흔들면 천자의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사신들을 시켜 금붕어를 잡아 죽이게 명령하였다고 합니다. 강화도 오련지를 찾은 중국 사신이 금붕어를 쇳물에 끓여 죽였고, 분이 풀리지 않아 연못에 말뚝을 박고, 그래도 화가 나서 고려산맥의 기를 끊기 위해 마귀할멈을 시켜 산마다 돌을 놓았는데, 마귀할멈이 머리, 양손, 사타구니에 끼고 돌을 나르다가 떨어뜨려 생긴 것이 ‘강화 지석묘’라는 것입니다.

 

 
 
...강화 고인돌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순 고인돌에도 마고할매 이야기가 전합니다. 화순 춘양면 대신리 고인돌군에 길이 7.3m, 폭 5m의 거대한 핑메바위고인돌이 있는데, 이것은 마고할매가 운주사 천불천탑을 쌓는다는 소문을 듣고 치마에 돌을 싸가지고 가다가 닭이 울어서 발길로 차버린 바 위라고 합니다. 또한 팽메바위 위쪽에는 구멍이 파여 있는데, 마고할미가 오줌을 누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밖에 “고인돌과 마귀할멈”에 얽힌 이야기는 민속학자인 손진태가 쓴 <똘멘고(考)>에는 실려 있는데, 민간에서는 고인돌을 마고(麻姑)할머니의 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집은 ‘마고할머니를 위해 장수들이 만들어 준 집’, ‘마고할미 자신이 장사여서 대석(大石)을 운반해 건조한 집’, ‘자비로운 마고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옷을 모두 벗어주고 나체로 다닐 수 없고 부끄러워 지석(支石)에서 칩거한 집’, ‘마고할머니가 판석을 머리에 이고 양쪽의 괴목을 겨드랑이에 하나씩 끼고 하나는 잔등에 지고 와서 스스로 지은 집’ 등 여러 가지 해설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이 힘센 장수로 묘사된 마고할멈을 고인돌과 관련시켜 이야기 하였던 것은 거대한 규모의 상석을 가지고 있는 고인돌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는 구조물로 생각하였던 것이죠. 사실 이제는 여러 가지 실험과 추론을 통하여 고인돌의 축조방법이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아직까지도 고인돌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수 만기의 고인돌을 만들었던 사회의 성격과 구조, 고인돌의 기원과 소멸, 고인돌 피장자의 성격 등 여러 가지 풀어야할 과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부터 “마고할멈의 힘“이라도 빌지 않으면 밝혀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고인돌을 보러갈 기회가 있다면, 고인돌 설명도 해 주면서 이런 마귀할멈이야기도 같이 곁들인다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마고할머니, 마고할미는 우리나라 구비문학, 전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갱구할미, 설문대할망, 삼신할미, 노고, 서고 등 지역마다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마고(麻姑)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할머니라는 뜻에서 민속학자들에 의해 “마귀할멈”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강동석

문화재청

가져온 곳 : http://blog.naver.com/one2only/90003691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