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워런 버핏 37조 자선단체에 기부

들풀처럼1 2006. 6. 27. 15:59

“재산 물려주면 자식 망친다”

워런 버핏, 370억달러 기부

 


[한겨레]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을 망칠 수 있다.”

세계 두번째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 신념대로 버핏은 자기 재산의 85%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2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액수로 370억달러(한화 35조1500억원)에 이른다.

버핏은 내달부터 매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5개 재단에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액 중 83%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간다. 대부분 재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버핏의 총 재산은 440억달러에 이른다.

버핏은 오래 전부터 재산의 사회 환원 의지를 밝혀왔기에, 이번 발표가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두가지 점에서 예상 밖이었다. 우선 사후로 예상됐던 재산 기부가 갑작스레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4년 부인 수전의 죽음이 그의 결심을 앞당기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과 수전은 40년 전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을 세웠다. 버핏은 수전이 자기보다 오래 살 것으로 생각하고, 사후에 수전에게 기부재산을 맡길 생각이었다고 한다. 아내의 죽음이 그의 이런 계획을 바꾼 것이다.

또하나는 자신이 직접 세운 재단 대신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금의 대부분을 주기로 한 점이다.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재단은 이미 291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내 최대 자선재단이다. 버핏의 기부금 300억달러가 더해지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자산규모 600억달러에 이르는 초거대 재단으로 탈바꿈한다.

〈포춘〉은 “버핏과 빌 게이츠는 1991년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세계 첫번째 부자인) 빌 게이츠는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영감을 버핏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아내가 없는 상황에서 버핏은 빌 게이츠 부부의 자선사업에 더 큰 신뢰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등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거부들이 서로 자선재단을 만들어 경쟁을 하기보다 한곳에 기부금을 몰아주는 형태는 새로운 현상이다. 이것은 자선기금 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고 일부 자선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