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흑두루미

들풀처럼1 2008. 12. 25. 21:45

  TV 자막에 순천만에 흑두루미떼 나타났다고 했다. 옆지기가 놀리려고 그랬거니 싶어 딴전을 피웠는데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시선은 흐르는 자막쪽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떡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을 켜고 물때를 확인해보니 오후 시간이 간조다. 여기 저기 송년 모임 연락하고 빈둥대다 하마트면 늦게 출발 할뻔 했다. 서둘러 현관을 나서는데 손전화가 없다.다시 들어와 찾아나오는데 옆지기의 눈총이 뒤통수에 박힌 것 같았다. 밖에 나서니 어제 날씨와는 딴판이다. 옷단속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집안에 드니 아직도 안 갔냐고 .... 암튼 서둘다가 망가진 날이 됐다.

 

  순천만에 도착해 뱃머리에 올라 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만났을 때는 망신당한 편이 그래도 훨씬 나았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파도를 가르고 가는 뱃머리의 찬바람과 바닷물이 눈물, 콧물, 살떨림까지 나오게 했다. 한참은 버티고 몇 번의 샷은 날렸다. 되돌아오면서는 선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도 흔들리고 물벼락도 피할 길이 없었다. 서둘다 바람 많은 날을 택한 것이다.

 

  세상사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 설사 소유가 아닌 보고 듣고 읽는 것까지도 기다리고 참으며 다소의 고통들을 견뎌야 한다. 제도는 더 더욱 그렇다. 야만의 세월이 커가고 있다. 야만이 아니 잔인함이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물러선 경우는 인류사엔 없다. 야만은 아무리 커져도 부풀려진 풍선에 지나지 않는다. 시침핀 하나면 터뜨릴 수  있다. 이 같은  희망으로 남아있는 섣달을 보내고 새해을 맞고 싶다.

 

  블방자님들, 한 해 동안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청둥오리들도 바람막이 갈대 옆에서 움추리고 있네요.

 

 

 

 

 

 

 

 

 

 

 

 

 

 

 

 

 

 

 

 

▲ 고니들도 고개까지 파묻고 찬바람을 피하네요. 

 

 

 

 

 

 

 

 

 

 

▲ 연인들과 함께라면 추위도 녹네요.

 

 

 

 

 

▲ 흑두루미도 재두루미처럼 가족끼리 무리를 이루네요.

어미새는 머리가 흰데 어린새는 머리부분이 연한 갈색이네요.

 

 

 

 

 

▲ 다리에는 뻘이 묻혀있네요.

 

 

 

 

 

 

 

 

 

 

 ▲ 바다에 물이 차오르자 논으로 이동 중인 흑두루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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