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品 斟酌

아주 조금씩 배우는 재미, 고전 읽기

들풀처럼1 2010. 4. 15. 11:37

 

책갈피만 봐도 허름하고 손때 타 보기는 그래도 책 속의 내용이 궁금하여 이리저리 찾다 보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짐작할 만한 것들과 만난다.

이를 지적 호기심이라고 할 게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누군가를 찾아 갈증을 해결해야 하는데

최상의 방법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전문가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의 대부분은 서울에 터잡아 시골 사람이 나서서 일을 볼라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행히 시골에서도 해결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서울에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분을 만날 수 있었다.

호남과 호서 지역의 학맥을 이어오신 이백순(李栢淳, 82세) 그분이시다. 바로가기

 

 

방문해서 먼저 큰절을 올리고 방문의 뜻을 말씀드리자

망설이지 말고 가져온 것 꺼내보라신다.

書案 위에 책을 올리니 실험실용 돋보기로 훑으셨다.

안경형 돋보기로는 볼 수 없으신 게다.

죄송했지만 그래도 싫지 않으신 것 같았다. 

 

낡은 서안 앞에 앉으신 선비의 단아하고 고결한 품격을 볼 기회라니...

어쩌면 다시 뵙기 어려울 것 같아 인생의 길잡이가 될만한 말씀 해달라고 간청 드렸다.

아래처럼 글귀를 내 손 수첩에 적어 주셨다.

捨短取長天下之人皆爲吾師(사단취장천하지인개위어사)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취하라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된다.

 

카메라도 가져갔었는데 선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었다.

초면에 무슨 짓이냐는 호통이 들리듯 해서

어떻든 평생 후회 거리가 될 것 같다.

 

 

 

▲ 魚躍龍門, 필사본, 113년 정도, 과거를 보기 위해 古詩 공부한 책, 아주 흔한 책이란다.

   등용문의 어원이 된 것, 이렇게 옛 시구을 외워서 보는 시험이니 창의력 교육 입장에서 보면 시험치곤 좀...

   그런데 요새도 아이들 한 줄 세우는 교육이 좋다고 일제고사 부활시키는 정권에 끌려 가는 못난 국민이니...

 

 

 

첫장에 쓰인 글귀, 增不去項羽不亡, 맨 끝자는 자판에서 글자를 못찾겠다.

    망할망(亡)자와 같음, 여기서 증은 범증이란 인물을 이야기 한 것, 항우는 삼국지에서 들어서 아는 이름이고 

    범증이 가지 않았다면 항우는 망하지 않았다는 직역인데 한나라와 초나라까지 등장하니 예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