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이 시대의 원효

들풀처럼1 2005. 10. 15. 19:40

늘 엇박자만 낸 아들녀석

서울로 일터 일구러 떠났다.

녀석의 홈피에 실린 걸 여기 옮긴다.

 

내가 노빠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따르면 흔히 노빠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데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산 시장 출마에 나온 그의 당당함과 실패를 각오한 근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파병 문제나 노사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저의 생각과 많이 다르지만 그의 청와대 입성의 역사적인 상징성 만큼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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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년전 출현부터 만인의 적이라 불린 원효가 있었느니라~

원효로부터 1300여 년이나 지난 21세기 초, 지금 이 땅에서 우리는 또 다른 '만인의 적'을 보고 놀라고 있다.

노무현, 그는 영락없는 '만인의 적'이다.

이 시대 가진 자들의 적이다.

친일파 후예의 적이고.

민족분단과 지역분열을 조장하면서 권력쟁취에 몰두해온 주류정치집단의 적이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수구재벌의 적이고,

학력지상주의에 물든 경기고·서울대 인맥의 적이고,

무엇보다 양김 이래로 보수화·특권화되어 가는 민주당내 기득권층의 적이다.

아울러 그는 초강대국 미국유학을 간단한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친미유학파의 적이기도 하다.

영어공부한답시고, 유치원아이들까지 갔다오는 미국을 한번도 구경 못한 촌뜨기, 그야말로 '순수토종국내파' 아닌가.

하나 더 꼽는다면.

신라시대와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인, 그는 우리 시대의 불멸의 제왕, 곧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밤의 대통령'의 적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그는 어떻게 된 게 그들의 입맛에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빈농에다 상고출신이고, 힘께나 쓰는 가족도 친지도 없고, 돈도 크게 없고,

영어회화도 잘 할 줄 모르고, 떡값 대신 시루떡이나 돌리고, 당내 대선배에게는 설렁탕 한 그릇 살 줄 모른다.

그런 주제에 친일파 청산을 부르짖고,

남북 대결 대신 화해를 주장하고,

영호남을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속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왕족학교(자립형 사립고)를 반대한 위에 고교평준화 유지를 내세우고,

당내 보수분자들의 협박에 싸움을 확대하고, 파벌 해체를 주창하고,

사진 한 장 찍고 마는 미국방문은 거절하겠노라고 어리석은(!) 배짱마저 부리고,

무엇보다도 치명상을 입을 줄 뻔히 알면서도 '밤의 대통령'을 향해 호시탐탐 파랗게 날을 세우고,

요즘에 와서는 강남 복부인들한테 미운 털 박히기 십상인 행정수도이전을 공약을 한 사람이다,

신라의 신문왕도 실패한 '대구천도' 계획을 승부수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어찌 밤의 대통령과 친일·친미 유학파와 냉전수구세력과 악덕재벌과 경기고·서울대 성골과 강남졸부가 조금이라도 귀여워할 수 있으랴.

김원길이 돌아서고, 김근태가 미적거리고, 김민석이 소 닭 보듯 하는 것만 보아도

노무현, 그는 우리 시대 모든 의미의 주류에게 하루 빨리 뽑아버리고 싶은 '대추나무 가시'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노무현에게 감히, 참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만인의 적'이라는 영예로운, 그렇지만 가장 고달픈 칭호를 달아주고 싶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그는 우리 시대의 원효이다.
  
손안에 움켜쥔 것을 버릴 줄 안다는 것, 그 점에서 둘은 시간을 초월해 하나이다.

원효가 무열왕의 사위자리를 박차고 요석궁을 뒤로 한 채 민중에게로 다가갔듯,

노무현은 5공 시절 변호사의 안일을 버리고 데모 현장으로, 노동현장으로 달려갔고,

3당 합당을 거부하고 김영삼의 아성에 도전했고, 안전빵인 종로구를 버리고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는 고향땅에 일신을 던졌다.

또한, 상고 출신의 한계를 딛고 사시를 삼키는 기적을 연출한 것은 원효가 화엄경 등의 경전을 독학해 최고의 사상가가 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인의 적' 노무현, 그는 지금 전장의 맨 앞에 서 있다.

단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한 많은 민족의 도도하고 엄숙한 역사를 응시하면서,

화해와 평화라는 우리의 시대 정신을 구현하고자 다윗처럼 홀로 피를 토하고 있다.

물론 노무현 혼자만의 싸움으로는 그들 골리앗 커넥션의 거미줄 같은 포위망을 돌파할 수 없다.

신라의 원효가 오늘의 원효일 수 있는 것은, 당시 신라사회의 깨어있는 지식층과 민중이 그를 보살로, 성사로, 부처님으로,

 

무엇보다 친구로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리라.

주류기득권층의 끈질긴 음해와 야비한 공격과 비열한 테러에 맞서서 말이다.

노무현, 그는 지금 고독하다,,,

떠들구 찢구 까불어라!! 그래도 우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