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지기가 보내 온 멜 여기 실명을 빼고 그대로 옮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유진이에게 -
봄이다 새 봄이다.
그 봄은 어김없이 새로운,
늘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서 있다.

어느덧 세월 속에 묻혀 버린 날들
청년이었고, 열정적이었고, 혈기 왕성했고, 마음 따뜻했던
생각의 중심에,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생활의 중심’에
너희들이 있었던, 너희들이 삶의 희망이고 행복이었던
그 시절, 이제 빛바랜 사진첩에 추억처럼 남겨두고
너무도 쉽게 헐어내고 깎아내리는 내 자신과 동료들을
본다.
자신이 공격했던 것들에 대하여 너무도 쉽게 기성을 닮아가며
정의를 앞세운 떨렸던 말은 현실을 합리화하는 유려한 달변으로
폭력에 대항했던 그 힘이 또 하나의 지배의 힘이 되어
한때나마 지독하게 경배했던 ‘민중’을, ‘학생’을,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외면하거나, 가끔 시험문제 풀이 삼아 말로만 얘기하는
나를 본다. 내 곁에 있는 동료를 본다. 교사라 이름하는 이 땅의 ‘선생님’들을 본다.
진달래꽃 한 무더기 꽂혀 있는 교실에서 상기되었던
그 시간들이 가고, 내 머리에도 흰자락이 자리잡았다.
교지 앙케이트,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나는 너의 이름을 새기며,

너는 나의 제자였고 스승이었다’고 답했다.
중3 시절 점심 시간, 허기를 달래려 수돗가를 배회하던 너
“ 점심 안 먹고 애들 옆에 있으면 다른 애들이 불편해 하잖아요.”
너의 결혼식, 속없는 선생은 너의 신혼여행지를 물었다.
“신랑과 함께 소록도에 자원봉사 가요."
아, 이 봄에 내가 사랑하는 봄에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이런 말을 남겼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 봄을 기다릴 줄 안다 /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었지
“마을 앞에 개나리꽃 피고 /뒷동산에 뻐꾹새 우네
허나 무엇하랴 꽃 피고 새만 울면 / 산에 들에 나물 캐는 처녀가 없다면
시냇가에 아지랑이 피고 / 보리밭에 종달새 우네
허나 무엇하랴 산에 들에 / 쟁기질에 낫질 하는 총각이 없다면
노동이 있기에 /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노동이 있기에
꽃 피고 새가 우는 봄도 있다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그 어떤 권력과 폭력과 지배의 힘에도
무뎌진 칼을 갈고, 식혀진 가슴을 덥히고
묵정밭 갈아 엎어 씨앗을 뿌리듯
저항할 수 있을 때 저항하련다
봄의 시작, 나를 향해, 세상을 향해
이 땅의 교육평등과 인간해방을 위해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 봄, 이 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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