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같은 철없고 변덕스런 계절에도 백작님이 날 반길까 싶기도 했는데 거기 그대로 소박한 모습으로 거하시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선 꽃올림한 백작님께 넙쭉 절하고 서로의 건강부터 확인했다. 주변의 백작 아우들도 모두 안녕했다.
한지 같은 꽃잎 위에 내려앉은 꽃술들은 아직 싱싱해 꽃밥을 덜 보여 성숙미는 덜했지만 처녀성을 지니고 있는 모습 같아 감탄했고 감사했다.
바로 조금 전에 꽃이 열리지 않았나 싶었다. 날 환영하느라^^*
바람에 부르르 떠는 꽃잎들의 애절한 몸짓은 바람이 없어 볼 수 없었지만...
더러 보는 원예종에서 주는 느낌과 사뭇 달라 많은 분들이 야생을 찾게 되는데 그 백미 앞에 내가 선 것이다.
올해로 백작님과의 데이트는 이제 끝이다.
고고한 자태을 지닌 이들 앞에서 인간들의 탐욕을 떠올린다는 것들이 괴로우니까
다른 곳의 백작님들은 장담할 수 없지만...
"삶에 있어 최상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대로 라면
오늘의 백작님은 참으로 행복하시겠다. 백작님은 물론 후손들의 건강을 빈다.